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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 2019’에는 삼성전자·인텔·화웨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석했다. 거대한 부스와 뛰어난 기술력에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반면 구석에 위치했지만 관람객들을 끌어 모은 부스도 있었다. 한국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 9608킬로미터(㎞)를 날아온 국내 강소기업 10곳이 자리를 잡은 8.1홀 I50·I60 부스가 그곳이다.

25일(현지 시각) 방문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Fira Gran Via) 전시장 8.1홀 I50·I60 부스에서는 MWC 2019 한국공동관에 참석한 강소기업 10곳의 대표·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25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관에 전시된 VR 소셜미디어 플랫폼 ‘에픽라이브’를 관람객이 체험하는 모습. /안별 기자
관람객들이 오면 기업 관계자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지원해준 통역사가 달라붙었다. 기업 관계자가 열심히 설명하면, 옆에 있던 통역사가 관람객들에게 제품을 설명했다. 관람객들은 설명을 들으면서 제품을 시연해보고는 이것저것 더 묻기도 했다. 부스를 방문한 한 관람객은 “제품 설명이 친절하고 자세해서 알아듣기 쉬웠다”며 “구석에 부스가 있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콘텐츠가 많았다”고 말했다.

한국공동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국내 강소기업들을 선정해 꾸린 스마트콘텐츠 전시관이다. 살린, 스트라티오코리아, 이즈커뮤니케이션즈, 앱포스터, 스파코사, 오퍼스원, 엠플레어, 정감, 마인즈랩, 모바일닥터 등 총 10곳의 스마트콘텐츠 국내 강자들이 참석했다.

부스 크기는 97.63제곱미터(㎡)로 약 30평에 불과했지만, 매출은 적지 않다. 10곳의 2017년 총 매출은 152억5302만원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 367만개의 평균 매출은 6억6000만원이다. MWC 2019에 참석한 10곳의 평균 매출은 이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인 15억원에 달한다.

기술력도 대기업에게 뒤처지지 않는다. 살린이 전시한 가상현실(VR) 소셜미디어 플랫폼 ‘에픽라이브’는 2017년 출시됐다. VR 기기를 쓰고 가상공간에서 영화나 스포츠 경기를 함께 보고 이모티콘 등으로 대화도 가능하다.

이와 흡사한 SK텔레콤 소셜미디어 플랫폼 ‘옥수수 소셜VR’은 2018년 10월에 나왔다. 에픽라이브는 옥수수 소셜VR의 원조격인 셈이다. 살린은 KT에게 기업과 기업간 거래(B2B)용으로 소프트웨어 플랫폼도 제공하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 전시관에 전시된 콘텐츠 제작 앱 ‘아이프로’를 설명 중인 이인호 이즈커뮤니케이션즈 부사장. /안별 기자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나오는 경우도 있다. 빔프로젝터가 쏜 화면 위에 펜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콘텐츠 제작 앱 ‘아이프로’의 이즈커뮤니케이션즈의 2017년 매출액은 36억1683만원이다. 이중 약 80%인 28억원의 매출이 해외에서 발생됐다. 잘 만든 콘텐츠 하나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셈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콘텐츠 사업을 하기는 쉽지 않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그 이유로 잦은 정책 변경을 꼽았다. 정책이 자주 바뀌다보니 인증을 받았던 콘텐츠가 규제에 걸리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자주 바뀌는 교육 정책의 경우 인증을 받았던 교육용 콘텐츠가 재인증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정책이 바뀌면 판매가 중단되는 경우도 생겨, 국내에서의 매출이 들쭉날쭉하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복잡한 해외 사업 절차를 거쳐서라도 해외 매출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정책 변경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책이 자주 바뀌면 그 정책 아래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기존에 인증을 받았던 콘텐츠를 다시 인증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잦다. 중소기업 성장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정책 변경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바르셀로나=안별 기자